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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심혈관의 '새로운 적'…연구 활성화 필요"

암이란
2018-10-15
조회수 936

"미세먼지는 심혈관의 '새로운 적'…연구 활성화 필요"

대한심장학회,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으로 '미세먼지' 주목
13일 추계학술대회에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 관련 논의 이어져

2018.10.15  06:20:02

박선혜 기자 shpark@monews.co.kr

  
▲ 이화의대 정익모 교수는 12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제6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미세먼지가 심혈관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일관된 결론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대부분 연구가 국외에서 발표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에서도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를 본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심장학회는 13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제6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미세먼지, 심혈관의 새로운 적'이라는 주제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이에 앞서 학회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알렸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질환이 심혈관질환이라는 데 중지를 모았다. 

입자 크기가 2.5 ㎛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는 폐에서 걸러지지 않고 혈액으로 스며들어 심장과 중추신경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 발병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흡연에 이어 대기오염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대기오염의 위험이 다른 전통적인 위험요인을 웃돌았다(Circulation 2018;137(7):725-742). 

이와 함께 미국심장협회·뇌졸중협회(AHA·ASA)가 공동으로 발표한 자료에서도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되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68% 상승했다. 이는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호흡기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12% 높아진다는 결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화의대 정익모 교수(이화의료원 순환기내과)는 "우리나라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제주도, 강원도 등도 미세먼지 농도가 WHO(세계보건기구) 및 국내 연평균 대기환경 기준을 상회한다.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는 전국적인 문제"라며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국내 데이터에서 보면, 병원 밖 심정지가 위암, 교통사고, 폐암으로 인한 사망보다 더 높다는 데 있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 전체 사망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의학과 환경 분야의 융합적인 협력 연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융합연구를 위해 대기오염에 관해서는 예방의학, 이학 분야가 참여해야 하고, 의학과 관련해서는 심혈관, 암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한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부정맥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데이터가 발표되고 있으나, 아직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을 본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으로 이와 관련해 함께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심혈관질환 연관성' 본 연구 활발…국내는?

  
▲ 13일에는 '미세먼지, 심혈관의 새로운 적'이라는 주제로 정책세션이 진행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김선영 교수가 '미세먼지 대기오염과 심혈관계 질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기에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을 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과 중국 등으로 연구가 확대됐고, 장기간 미세먼지 노출이 심혈관질환 발생 및 위험을 높인다는 일관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는 2000년 후반부터 이와 관련한 코호트 연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코호트 규모, 추적관찰 기간, 제한된 측정자료 등으로 인해 전국적인 규모로 미세먼지와 건강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국에 운영 중인 미세먼지 측정소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집중돼 있어 각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김선영 교수(암관리학과)는 "제한된 자료로 인해 모든 시군구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연구에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예로, 관악구에서 측정한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해당 지역에 똑같이 부여하기에 측정오차가 클 수밖에 없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이와 함께 임상데이터의 경우 환자 예후의 측정오차도 개선해야 한다. 개인적인 주소를 가지고 있는 병원 기반으로 수집된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 "향후 사망에 이어 심혈관질환 발생과의 연관성을 본 연구로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 차원에서 데이터 만들고 정부에 위험 알려야"

이 같은 위험에 따라 학회 차원에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를 본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부에 그 위험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충북의대 배장환 교수(심장내과)는 "현재 미세먼지가 국내 심혈관질환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본 데이터는 부족한 상태다. 때문에 정책 아젠다로 설정하기가 불가능하다"면서 "미세먼지의 농도 및 추이에 따른 급성 또는 만성 심혈관질환 발생과의 변화를 보는 게 먼저일 것이다. 학회가 역학적으로 이를 확인한 데이터를 먼저 만들고 정부와 국민에게 그 위험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국의대 권호장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영국에서는 의료진이 나서서 정부에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알렸다"며 "대한심장학회에서도 미세먼지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한다면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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