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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삶의 질을 높이자 ② 불안·우울 다스리기

암이란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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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삶의 질을 높이자 ② 불안·우울 다스리기


중앙일보 2010.05.17 02:19

암환자가 된다는 것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매우 충격적이고 두려운 사건이다. 암 선고를 받는 순간부터 우울증·불안증 등 정신적 고통이 시작된다.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흉터처럼 사라지지 않고 괴롭힌다. 죽음의 문턱에서 ‘생환’했지만 암이 재발하거나 2차 암(완전히 다른 암)에 걸려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혼자 견디기 힘든 암, 가족의사에게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


중앙일보와 보령제약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암환자 삶의 질을 높이자’ 기획시리즈 2회에선 ‘암환자의 정신적 고통 개선’을 주제로 다룬다.


암 완치 후에도 재발 두려움 




암환자는 암 덩어리가 주는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우울증·불안증 등 심각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다. 스스로 극복하려고 애쓰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포토]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환자 발생 건수는 1999년 10만1032명에서 2007년 16만1920명으로 크게 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93~95년 41.2%에서 2003~2007년 57.1%로 높아지고 있는 점.


그렇다면 암환자의 삶의 질은 어떨까. 암환자는 암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육체적 고통과 함께 심각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다. 충격과 슬픔, 그리고 불안증·우울증·공포감·적대감 등으로 삶이 피폐해진다.


특히 암이 완치됐다는 판정을 받은 후에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 여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정신적 고통을 말하는 ‘디스트레스(distress)’에 시달리는 것이다. 디스트레스 중 불안과 우울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우울증 발병률은 정상인에 비해 4배 정도 높다(『Psychooncology』 2001).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5개 의료기관의 암환자 379명을 조사한 결과 42.1%가 디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미국 존스홉킨스 암센터가 4496명의 암환자를 평가한 결과 35.1%가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


국립암센터 정신과클리닉 김종흔 전문의는 “과거와 달리 암환자의 생존율이 길어지면서 디스트레스가 치료 결과와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고통 크면 간병하는 가족도 우울증 


암환자의 극심한 정신적 고통은 자신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원광대 의대 신경정신과 이상열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부회장)는 “암환자의 디스트레스를 방치하면 암이 악화한다는 보고가 많다”고 말했다.


암환자의 심각한 디스트레스는 치료기간을 늘리고, 암 재발 및 생존율에 직·간접 영향을 준다. 특히 치료를 거부하고 안락사를 요청하기도 하며 심지어 자살을 시도한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노재경 교수팀이 위암·대장암·유방암 진단 환자 중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 22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과 불안이 심한 환자일수록 투병의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2003년).


반대로 우울과 불안이 낮은 암환자는 상대적으로 투병의지가 높고, 치료결과와 생존기간과도 상관관계가 있었다(『Psychooncology』 1998).


암환자의 디스트레스는 가족들의 삶의 질도 낮춘다. 국립암센터 이영선·윤영호 박사팀이 2003년 암환자 가족 310명을 조사한 결과 66.8%가 우울 증상이 있었고, 35.3%는 심각한 우울증을 호소했다.


디스트레스 줄이면 삶의 질도 개선 


김종흔 전문의는 “불안증과 우울증이 낮은 암환자는 투병의지가 높다. 디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치료 결과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데이비드 스피겔 박사팀이 유방암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 1년간 명상 등 디스트레스 조절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치료 받은 쪽은 36.6개월간 생존해 그렇지 않은 군(18.9개월)보다 오래 살았다. 삶의 질도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UCLA 대학병원 파지 교수팀의 2003년 연구에서도 피부암 환자에게 6주 동안 하루에 90분씩 디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집단치료를 한 결과 그렇지 않은 군보다 평균 6년 더 살았다.


국내에서도 디스트레스 관리의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이상열 교수는 “50명의 유방암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만 3개월간 디스트레스를 관리한 결과 통증이 줄고 면역기능이 좋아져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말했다(2007년).


국립암센터가 2008년 개발한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디스트레스 관리 권고안’에 따르면 명상·심리교육 등 비약물요법과 염산부스피론 성분 등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등 약물요법을 쓰고 있다. 


여기에 의료진과 환자의 노력이 더해져야 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서울대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는 “의료진은 환자에게 암을 진단하거나 재발했다고 알릴 때 환자 편에 서서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암환자는 심한 디스트레스를 스스로 극복하려고 애쓰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안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우울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가에게 디스트레스의 이유를 듣는 것만으로도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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