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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자체 개발한 T한약, 항암 효과? 알고보니 임상시험 안거치고 세포실험·동물실험만"

암이란
2018-08-02
조회수 2116

"병원 자체 개발한 T한약, 항암 효과? 알고보니 임상시험 안거치고 세포실험·동물실험만"

바른의료연구소, 보건소에 민원요청...허위과장광고로 시정 명령 조치

산양삼을 산삼으로 속이기도…"말기암 환자 현혹하는 허위과장광고, 사기죄로 처벌해야"

기사입력시간 18-08-01 17:52
최종업데이트 18-08-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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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캡슐 형태로 출시된 T한약은 '종양의 세포 사멸을 이끌어 내는 인자'라는 뜻입니다. T한약의 이름처럼 과산화질소의 감소, 항산화, 세포사멸 유도 등의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T한약의 효과는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또한 기존 약물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반면, T한약은 정상세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놀라운 연구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만큼 천연물 한약재를 사용해 부작용의 위험이 낮은 것입니다.” (요양병원의 T한약 광고문구)


바른의료연구소는 "한 요양병원이 자체 개발한 T한약을 탁월한 항암효과가 입증된 천연한방항암치료제로 허위 과장광고하는 사실을 발견해 민원을 제기하고, 관할 보건소의 시정조치 등 행정지도를 이끌어냈다"고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연구소 확인결과에 따르면, 이 병원 자체 연구소가 개발한 한약 캡슐에 대해 홈페이지에 '탁월한 항암 효과가 입증된 T 약물'로 광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밖에 없었다.


연구소는 “이 병원은 '항암제의 부작용은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발생한다. 이 병원의 대표 약물은 암세포를 억제하지만, 정상세포에는 오히려 활성화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라고 광고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세포실험에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T한약을 통해 '최대 약 52.19% 종양크기 감소'라고 하는데, 병원 자체 연구소의 동물실험 결과일 뿐이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도 아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T한약은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또한 아무리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에서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나아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연구소는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심각한 허위과장광고라고 판단해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넣었다. 연구소는 “해당 병원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결과만으로 자체개발 한약을 사람에서도 탁월한 효능이 있고, 부작용 위험이 낮다고 광고해 말기암 환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는 객관적 근거 없이 치료효과를 보장해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심각한 허위과장광고”라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관할 보건소 역시 "병원에서 설립한 자체 연구소가 공신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각종 임상사례나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과학잡지(SCI)등에 게재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소는 “단순히 자체 연구소에서 실시한 실험결과만으로 해당 한약품이 광고내용과 같은 효능과 안전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해당 광고를 수정하고 삭제하도록 행정지도했고, 시정 조치 중에 있다. 의료기관 명칭표시판 또한 의료법 규정에 맞게 시정하도록 행정지도했다"고 연구소에 회신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관할 보건소의 회신을 두고 자체 개발한 한약에 대해 유사한 광고를 일삼는 일부 한방의료기관에 중요한 지침을 제시할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 역시 임상시험 등 객관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자체 개발 한약을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광고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거나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의 의료광고를 하지 못한다고 민원회신한 적이 있다. 복지부는 의료법 제56조제2항제2호와 제3항에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할 보건소의 시정명령 이후에도 일부 허위과장광고가 남아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해당 병원의 시정 내용 중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이 병원은 '산삼약침은 진세노사이드 성분을 다량 함유한 약침', '항암 효능 가진 산삼캡슐, R&D 연구소의 연구 결과, 항암 효과와 항산화 효과까지 확인', "산삼캡슐을 하루에 2캡슐씩 먹으면 3.0g의 산삼을 먹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등으로 광고하고 있었다”고 했다. 연구소는 다시 한 번 보건소에 이런 광고 내용이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연구소는 “이 병원은 산삼약침과 산삼캡슐 페이지에서 '자연에서 자생한 산삼은 인삼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희소성으로 인해 고가다. 이 때문에 인삼의 종자를 산림에서 키운 산양삼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약침 제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소는 “그동안 이 병원은 산삼이 아니라 산양삼으로 산삼약침과 산삼캡슐을 제조한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은 분명 산삼인줄 알고 비싼 돈을 들여 구입했을 것인데, 이는 환자들을 속인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향후 산삼약침이 아니라 산양삼약침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런 의료기관은 허위과장광고 뿐만 아니라 사기죄로도 처벌해야 한다. 말기암 환자들이 허위과장광고에 현혹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뺏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건강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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